[기고] 제주 신규 가스발전소, ‘탄소중립’으로 가는 길인가 ‘기후재난’으로 가는 길인가

기후자원정의센터 아크(ARC) 김정도 사무국장

지난 2월 13일, 도민사회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한국동서발전이 구좌읍 동복리에서 추진 중인 150MW 가스발전소의 환경영향평가가 통과되었다. 이제 남은 절차는 실시계획 승인과 건축허가 정도다. 사실상 행정적 문턱을 거의 다 넘어 언제든 착공할 수 있다는 뜻이다. 동서발전은 공식 페이스북을 통해 건설 사업을 위한 제도적 기반이 마련되었다며 사업 추진 의지를 분명히 했다.

동서발전의 가스발전 신설이 기정사실로 되는 분위기지만, 도민사회의 목소리는 오히려 더 높아지고 있다. 중부발전이 제주시 삼양동에서 추진 중인 150MW급 가스발전소 계획 역시 현재 환경영향평가 본안 심의 중이기 때문이다. 두 발전소가 모두 들어선다면 제주 전력계통에는 300MW라는 거대한 화석연료 설비가 추가된다. 과연 이것이 제주의 미래를 위해 올바른 선택인지, 표면화된 문제점들을 하나하나 짚어봐야 한다.

‘2035 탄소중립’ 제주와 정면으로 충돌하는 다량의 온실가스 배출
가장 먼저 직면하는 문제는 온실가스다. 환경영향평가서에 따르면 신설 예정인 300MW 가스발전소에서 연간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는 최대 110만 톤에 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는 자동차 52만 대가 1년 내내 내뿜는 양이며, 소나무 1억 6천만 그루가 흡수해야 하는 양과 맞먹는다.

더 심각한 것은 제주도의 정책 방향과의 괴리다. 2021년 기준 제주도의 온실가스 직접 배출량은 약 432만 7천 톤이다. 즉, 두 개의 가스발전소가 최대 배출하는 양만으로도 제주도 전체 배출량의 약 25%를 차지하게 된다는 의미다.

제주도가 ‘2035 탄소중립’이라는 야심 찬 목표를 포기하지 않는 한, 이 발전소 신설은 정책적 자가당착이자 모순일 수밖에 없다. 또한, 삼양동의 경우 발전소 가동 시 미세먼지와 오존 등 대기환경 기준을 초과할 가능성이 제기되었으며, 동복리 역시 주변에 소각장과 매립장이 맞물려 지역 대기질 악화가 불가피하다.

재생에너지 전환을 가로막는 ‘필수운전(Must-run)’의 족쇄
전력수요보다 공급이 많은 시기에도 전력계통의 안정적 운영을 위해 반드시 가동해야 하는 발전기를 ‘필수운전 발전기’라 한다. 문제는 이들이 가동되는 동안 전기가 남으면, 결국 재생에너지의 가동을 멈추는 ‘출력제어’가 발생한다는 점이다.

전기가 수요보다 많이 생산될 때, 정부는 이 필수운전 화력발전기를 끄는 대신 재생에너지(태양광·풍력)의 가동을 강제로 멈추는데, 이것이 바로 ‘출력제어’다. 전기가 많으면 좋은 것 아니냐고 할 수 있지만, 수요보다 공급이 많으면 전력망의 주파수가 흔들려 가전제품이 파손되거나 광역 정전이 발생할 수 있다.

동서발전의 계획에 따르면 동복리 발전소는 연간 평균 626,000MWh의 전기를 생산할 예정이다. 이는 규모가 비슷한 서귀포 남제주복합화력발전소 발전량의 70%에 달한다. 가스발전소가 늘면 재생에너지는 더 자주 멈춰야 하고, 제주의 에너지 전환은 그만큼 뒷걸음질 치게 된다.

과다 산정된 수요와 충분한 기술적 대안들
동서발전은 전력수요 증가와 계통 안정을 이유로 가스발전소 신설 필요성을 주장한다. 하지만 2024년 여름 제주도의 전력 예비율은 16.2%~22.8%로 매우 안정적이었다. 그런데도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은 2038년 제주 최대 수요를 1,644MW로 설정하고 예비율을 34%까지 높여 잡았다. 이는 지나치게 과도한 산정이다.

2030년까지 폐쇄되는 255MW 규모의 노후발전소 공백 역시 대안이 명확하다. 최근 완공된 제3 연계선(HVDC)을 통해 육지로부터의 전력공급 능력이 600MW로 늘었고, 2028년까지 188MW 규모의 장주기 배터리 에너지저장장치(BESS)가 도입될 예정이다.

또한 ‘관성’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관성이란 전력망에 충격이 올 때 급격히 무너지는 것을 막아주는 ‘버팀목’ 역할을 한다. 과거에는 거대한 화력발전 터빈의 회전력이 이 역할을 했지만, 이제는 동기조상기가 그 역할을 할 수 있으며, 수명을 다한 터빈을 개조하여 활용할 수도 있다.

인버터 제어를 통해 가상 관성을 공급하는 ‘그리드 포밍(Grid Forming)’ 기술 역시 대안 기술로 세계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광역 정전사태를 겪은 스페인은 화력발전을 늘리는 대신 전기저장장치(ESS)와 그리드 포밍을 결합해 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이려고 시도하고 있다. 이런 점을 우리는 제대로 살펴봐야 한다.

수소 혼소라는 ‘그린 워싱’과 비합리적 경제성
그린 수소를 섞어 태우겠다는 논리는 가스발전소 신설의 핵심 명분이다. 하지만 현재 기술로 수소 15%를 섞어도 이산화탄소 저감 효과는 고작 5%에 불과하다. 50%까지 섞어도 저감 효과는 24%에 머문다. 결국 기술이 완성될 때까지 오랜 기간 화석연료인 메탄을 태우며 탄소를 내뿜겠다는 뜻이다.

특히 수소 100%로 태우는 전소를 위해 필요한 그린 수소를 재생에너지로 얻으려면 해상풍력 2.7GW와 수전해 시설 등에 약 20조 원 이상의 비용이 필요하다. 300MW 발전시설을 위해 20조 원을 투입하는 것이 과연 상식적인가? 2.7GW의 재생에너지를 그대로 활용하고, 필요한 유연성 자원을 확보하는데 투자하는 것이 훨씬 경제적이고 합리적이다.

부풀려진 일자리와 ‘좌초자산’의 위험성
동서발전은 건설 기간 연인원 21만 명, 생산유발효과 9,600억 원을 홍보한다. 하지만 이는 건설단계의 일시적 효과일 뿐이며, 상당 부분은 도외 기자재 업체로 흘러간다. 실제 동서발전이 추산한 지역경제 기여액은 668억 원 수준이다. 운영 단계에서의 전문인력은 육지에서 충원되고, 지역 채용은 주로 미화, 경비 등 단순 노무직 같은 불안정한 일자리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더구나 가스발전소는 연료비 상승과 탄소세 부과로 인해 수익성이 악화될 수밖에 없다. 최근 불안정한 국제정세는 가스 가격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 결국 수명을 다 채우지 못한 채 국민 세금으로 부실을 메워야 하는 ‘좌초자산’으로 전락할 우려가 크며, 이는 고스란히 전기요금 인상이라는 국민적 부담으로 돌아온다.

낡은 과거를 넘어, 녹색문명 전환을 선도하는 제주로
제주는 낡은 방식의 가스발전소 대신 선택해야 할 혁신적인 대안을 이미 가지고 있다.

첫째, 제주의 소비 패턴에 맞춘 ‘시간대별 에너지 이동’이다. 제주는 대규모 공장이 없어 오후 6~9시에 전력수요가 집중된다. 최근 제주의 여름은 낮 동안 태양광 전력이 넘쳐나 출력제어가 빈번하다. 이 남는 전력을 대규모 에너지저장장치(ESS)에 저장했다가 저녁 피크 시간에 활용하는 것만으로도 신규 가스발전소의 필요성을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다.

둘째, 디지털 관성 기술인 ‘그리드 포밍’의 도입이다. 과거에는 거대한 쇳덩이 터빈의 회전력(물리적 관성)이 전력망을 지탱했다. 그러나 이제는 컴퓨터 제어를 통해 마치 관성이 있는 것처럼 전력망을 안정시키는 그리드 포밍 기술이 세계적 관심사다. 제주는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아 이 기술을 실현하기에 한국에서 가장 최적화된 곳이다.

셋째, 제주도의 에너지 계획은 가능하다고 말하고 있다. 제주도가 수립중인 ‘제7차 에너지기본계획’에 따르면 2030년까지 구축될 태양광 1.4GW, 풍력 5.6GW, ESS 488MW이다. 이 정도 규모라면 신규 가스발전소는 물론이거니와, 기존 화력발전의 퇴출에 따른 공백도 충분히 메울 수 있다.

2026년 6월 3일 지방선거 그리고 도민의 선택
가스발전소 신설이 필수가 아니라는 점은 기술적, 경제적으로 증명된다. 결국 남은 것은 정치적 결단이다. 대전, 대구, 충주 등은 지자체의 부동의로 발전소 계획을 백지화했다. 결국 이번 사안도 제주도정의 의지가 핵심이다. 국가 계획이라는 이유로 수수방관할 일이 아니다.

지방선거가 3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올해 말 발표될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는 민선 9기 새 도정의 철학이 반드시 반영될 수밖에 없다. 이번 선거에서 가스발전소 건설에 반대하고 진정한 녹색 전환을 실천할 후보를 검증해야 한다. 선거에 나서는 후보들은 제주의 미래를 화석연료의 과거에 묶어두지 말아야 한다. 후보들의 결단과 도민들의 현명한 투표만이 제주를 진정한 탄소중립의 선도 지역으로 만들 수 있다.

이 글은 다른제주연구소 <주간다른제주> 90호에 기고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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