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제주가 증명한 일회용컵 보증금제, ‘자율’이라는 이름의 제도 폐기 그만둬야

기후자원정의센터 아크 김정도 사무국장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뜨거웠던 일회용컵 보증금제 후퇴 논란이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기후에너지환경부(이하 기후부)가 제도 무력화를 위해 추진했던 전국 의무 시행의 지자체 자율 시행 전환을 담은 법 개정이 무산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논란의 불씨는 여전하다.

기후부는 여전히 보증금제에 회의적이며, 전국 의무 시행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지자체 자율 시행을 골자로 한 법률 개정 카드를 여전히 만지작거리고 있다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기후부는 의무 시행이 기업과 소상공인, 소비자 모두에게 불편만 초래한다고 강변한다. 그렇다면 과연 자율 시행으로 법을 바꾸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까?

전혀 그렇지 않다. 애초에 의무 시행 법률을 자율 시행으로 개정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법의 존립 근거를 부정하는 일이다. 법률은 사회적 약속을 강제하고 이행하기 위한 최소한의 규칙이다. 의무도 책임도 미이행에 따른 페널티도 없는 자율을 굳이 상위법에 명시하겠다는 것은, 사실상 제도를 폐기하겠다는 선언과 다름없다.

더욱 기만적인 것은 기후부의 이중잣대다. 제주도가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대상을 중소 프랜차이즈와 자영업자까지 지자체 자율로 확대할 수 있도록 시행규칙을 개정해달라고 요구했을 때, 기후부는 요지부동이었다. 제주도 현실에 맞게 제도를 보완하자는 제안은 거부하면서, 이제 와서 법률을 고쳐 자율 시행을 도입하겠다는 것은 명백한 자기모순이다.

혹여 기후부는 제주도가 일회용컵 보증금제의 정책적 성공 가능성을 입증한 것이 불편했던 것인가? 제주도가 쌓아온 성과를 눈엣가시로 여기며, 자율 시행이라는 명목 아래 전국 유일의 선도 지역인 제주마저 무력화시키려는 것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이제 곧 지방선거가 실시되고 민선 9기 도정이 출범한다. 새로운 제주도정은 기후부의 이러한 무책임에 분명한 제동을 걸어야 한다. 당장 전국 시행이 어렵다면, 최소한 자율 시행이라는 꼼수로 법률이 누더기가 되는 시도를 중단시켜야 한다. 대신 제주도를 마중물 삼아 전국 의무 시행을 앞당기는 실질적인 제도 개선에 나서라고 강력히 촉구해야 한다.

기후부의 잘못된 정책에 끌려가는 것이 아니라, 기후부를 정상궤도로 돌려놓는 것이 ‘플라스틱 제로 제주’를 향한 민선 9기 제주도정의 첫 시험대가 될 것이다. 제주도가 대한민국의 순환경제를 견인하는 선도적 역할을 지속할 수 있도록, 새 도정의 강한 의지를 기대한다.

이 글은 2026년 4월 30일 제주의소리에 기고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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