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자원정의센터 아크(ARC) 아이유 쿠수마 페르티위 정책연구원
인도네시아에서 대규모 산불과 토지화재가 이어지면서 국가의 토지 거버넌스가 지닌 취약성이 드러나고 있다. 산림지역 단속을 통해 산림과 플랜테이션을 다시 국가의 관리 아래 두려는 시도는 해당 지역에 대한 국가의 권한을 강화할 수 있지만, 이들 지역을 화재에 취약하게 만든 오랜 생태적 문제까지 해결하는 것은 아니다.

사진 1. 중부 칼리만탄 카푸아스 지역 칸자라우 마을에서 산림·토지화재로 발생한 연무가 대기질에 영향을 미치자 학생들이 마스크를 쓴 채 수업을 받고 있다. (출처: Syahri, 2026)
인도네시아 정부는 특히 2026년 8월 이후 심각해진 산림·토지화재 위기로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그러나 화재는 이미 연초부터 이어지고 있었다. 1월부터 6월까지 산림지역과 비산림지역을 합쳐 약 20만 2,010.96헥타르가 불에 탔다. 서울 면적의 약 세 배가 넘는 규모다. 건기가 시작되면서 상황이 악화하자 국제사회의 관심도 커졌다. 누산타라 아틀라스(Nusantara Atlas)에 따르면 8월 말까지 인도네시아 전역에서 누적 89만 5,657헥타르가 불에 탔으며, 피해는 칼리만탄과 수마트라, 술라웨시, 파푸아 등 광범위한 지역에서 발생했다. 남파푸아주의 누적 피해 면적은 11만 4,291헥타르로 가장 컸다. 서칼리만탄에서는 8월 한 달 동안에만 5만 3,893헥타르가 불타면서 누적 피해 면적이 7만 9,391헥타르로 급증했다.
| 순위 | 주 | 소실 면적 (ha) |
| 1 | 남파푸아 (South Papua) | 114,291 ha |
| 2 | 동누사틍가라 (East Nusa Tenggara) | 91,120 ha |
| 3 | 서칼리만탄 (West Kalimantan) | 79,391 ha |
| 4 | 중부칼리만탄 (Central Kalimantan) | 62,264 ha |
| 5 | 남칼리만탄 (South Kalimantan) | 59,563 ha |
표 1. 2026년 1~8월 누적 산불·토지화재 소실 면적 상위 5개 주 (출처: Nusantara Atlas, 2026년 9월)

그림 1. 2026년 9월 9일 인도네시아 산림부 산림·토지화재 모니터링 시스템이 집계한 핫스폿 지도.
산림·토지화재의 피해는 불에 탄 지역의 훼손과 파괴에 그치지 않는다. 화재로 발생한 연무는 공중보건과 교육, 교통, 경제, 공공서비스 등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인도네시아 보건부에 따르면 9월 10일 기준 급성호흡기감염증 환자는 누적 11만 3,336명에 달했으며, 이 가운데 2만 6,545명(23.4%)이 0~5세 아동이었다. 일부 학교는 임시 휴교했고, 심각한 시야 확보 문제로 교통에도 차질이 빚어졌다. 예를 들어 8월 22일부터 25일까지 자카르타 수카르노하타 국제공항에서 칼리만탄으로 향할 예정이었던 항공편 43편이 시야 악화로 취소된 것으로 알려졌다. 연무가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 필리핀, 브루나이까지 영향을 미치면서 이번 화재의 심각성은 국경을 넘어 확산됐다.
2026년 산불·토지화재의 피해는 갈수록 심해지는 건조한 기후 조건으로 더욱 악화됐다. 인도네시아 기상기후지구물리청(BMKG)은 8월 24일 발표한 대기역학 분석에서 인도네시아 국토의 90.29%에서 적은 강수량이 관측 됐으며, 79.9%가 건기에 접어들었다고 밝혔다. 여기에 강해지는 엘니뇨가 더욱 덥고 건조한 날씨를 초래했다.
이러한 기후적 압력은 오랫동안 누적된 생태적 취약성과 맞물린다. 대표적인 것이 훼손되고 배수된 이탄지다. 이탄지는 완전히 분해되지 않은 식물성 물질이 오랜 시간 축적돼 두꺼운 탄소층을 형성한 습지로, 수분이 빠져나가 건조해지면 불이 붙기 매우 쉬워진다. 1990년부터 2015년까지 칼리만탄과 수마트라에 있는 인도네시아 이탄림의 절반 이상(52%)이 이미 다른 토지피복으로 전환됐으며, 여기에는 팜유 플랜테이션을 비롯한 플랜테이션 및 농업지역의 확대가 포함된다. 따라서 2026년의 화재 위기를 극단적인 기후 현상의 결과로만 볼 수는 없다. 장기간의 토지이용 변화와 생태계 훼손으로 인해 인도네시아의 여러 지역에 화재 위험이 고착되어 온 결과이기도 하다.
인도네시아에서 산불·토지화재 위기는 새로운 일이 아니다. 1997년과 2015년, 2019년에도 대규모 화재가 발생했다. 이는 인도네시아에서 반복되는 화재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2015년 대형 화재 이후 인도네시아 정부는 소각과 이탄지 관리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이탄지복원청(BRG)을 설립했다. BRG는 이후 이탄지·맹그로브복원청(BRGM)으로 개편됐다. 특히 이탄지를 중심으로 시행되는 정부의 무소각(zero-burning) 정책에는 징역형을 포함한 형사처벌도 뒤따른다. 2026년 화재와 관련해서만 이미 138명이 피의자로 지목됐으며, 기업 8곳도 수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산림을 개간해 팜유를 재배하려는 행위와 불법 토지거래, 불법 산림 점유(forest encroachment) 등이 주요 동기로 지목됐다.
2026년 화재에 대한 정부의 대응은 진압과 법 집행, 행정기관 간 공조에 초점이 맞춰졌다. 인도네시아군(TNI) 병력이 추가 투입됐고, 헬리콥터를 이용한 공중 소화, 기상조절,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기관 간 공조, 법 집행 강화 등의 조치가 시행됐다. 이러한 조치는 당장의 화재 위험에 대응하고 위법행위를 단속하는 데 중요하다. 그러나 화재 진압과 단속만으로는 반복적인 산불의 근본 원인인 생태계 훼손과 취약성을 해결하기 어렵다. 특히 최근 인도네시아 정부가 산림지역에 대한 통제와 권한을 강화하는 ‘국가의 영토화(state territorialization)’ 과정에서 이러한 대응 방식의 한계가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사진 2. 2026년 4월 10일 금요일 자카르타 검찰청에서 프라보워 수비안토 대통령이 산림지역 단속 태스크포스(Satgas PKH) 대원들에게 경례하고 있다. (출처: Indonesian Cabinet Secretariat)
현 정부가 산림지역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은 산림지역 단속 태스크포스(Satgas PKH)가 시행하는 산림지역 단속(Penertiban Kawasan Hutan, PKH) 정책에서 확인할 수 있다. 산림지역 단속에 관한 2025년 대통령령(Perpres) 제5호에 따라 설치된 Satgas PKH는 산림지역 내 토지 거버넌스 문제와 각종 활동을 신속하게 정비하기 위해 대통령 직속으로 설치된 범정부 고위급 태스크포스다. 법 집행과 안보·정보, 재정, 천연자원 관련 기관들이 참여하고 있다.
PKH 정책은 1999년 산림법에 규정된 산림에 대한 국가의 권한을 바탕으로 하며, 천연자원에 대한 국가 통제라는 헌법적 원칙을 구체화한다. 산림지역에서 부적절하게 이루어진 광업과 플랜테이션 등의 활동에 대응하기 위해 행정벌금 부과, 산림지역에 대한 국가 통제 회복, 자산 환수 등의 수단을 두고 있다.
이러한 개입의 규모는 상당하다. 화재가 본격적으로 심화되기 약 3개월 전인 2026년 5월 13일, 정부는 Satgas PKH의 제7차 성과 이양식을 열고 약 10조 2,700억 루피아의 국가수입을 확보했다고 발표했다. 2025년 1월 이후 Satgas PKH가 국가수입과 행정벌금 등을 통해 확보한 금액은 누적 약 41조 5,700억 루피아에 달한다. 여기에는 팜유와 광업, 산림 부문의 수백 개 기업에 부과된 벌금도 포함된다. 정부는 또한 팜유 플랜테이션 부문 588만 9,141.31헥타르와 광업 부문 1만 2,371.58헥타르에 대해 국가 통제를 회복했다고 밝혔다.
| 시기 | 보고된 국가수입 (IDR) |
| 2025년 10월 | 13조 2,550억 루피아 |
| 2025년 12월 | 6조 6,250억 루피아 |
| 2026년 4월 | 11조 4,200억 루피아 |
| 2026년 5월 | 10조 2,700억 루피아 |
| 합계 | 41조 5,700억 루피아 |
표 2. 2025년 10월~2026년 5월 Satgas PKH가 보고한 국가수입
단속 이후 약 90만 헥타르는 산림 부문으로 이관됐으며, 411만 헥타르는 국영 팜유 기업인 PT Agrinas Palma Nusantara로 이전됐다. 국가의 통제와 거버넌스, 재정수입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이들 지역에 대한 통제권 회복은 산림지역에 대한 국가 권한이 크게 강화됐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영토에 대한 통제를 회복했다고 해서 이후 해당 지역이 어떻게 관리될지가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그 관리가 해당 지역에 남아 있는 생태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도 별개의 문제다.
2026년 산불·토지화재 위기는 이러한 문제를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화재는 기업 사업권 지역과 사유지, 기업 등에 토지 경작·이용권이 부여된 HGU(Hak Guna Usaha) 지역, 국가전략사업(PSN) 대상지, 보호·보전지역뿐 아니라 Satgas PKH가 이미 환수한 지역까지 서로 다른 토지이용 형태와 법적 지위를 가진 곳에서 발생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리아우주 숭아이 군퉁 힐리르(Sungai Guntung Hilir) 마을에서 발생한 이탄지 화재다. 이 지역은 과거 PT Kurnia Subur와 연관돼 있었으며 이후 PT Agrinas가 관리해 왔다. 2026년 8월 24일 이 지역에서 발생한 화재를 진압하기 위해 인도네시아군(TNI), 망갈라 아그니(Manggala Agni·산림토지화재진압대), 인드라기리 훌루 지역재난관리청과 관계기관들이 공동 대응에 나섰다.
이 사례가 중요한 이유는 최근 관리체계가 변경된 토지에서도 화재가 발생했다는 점이다. 이는 영토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는 것과 그 지역에 존재하는 생태적 문제를 해결하는 것 사이에 간극이 존재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인도네시아의 산림 관련 법·제도가 인정하듯 산림은 환경적, 사회적, 경제적 기능을 동시에 수행한다. 따라서 산림 거버넌스 역시 경제개발과 생태적 지속가능성, 공공복지를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
산림지역을 환수해 새로운 관리체계로 이전한다고 해서 토지 전용으로 인한 환경적 압력이 반드시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특히 PKH를 통해 국가가 통제권을 회복한 산림지역이 이후 다시 팜유 플랜테이션 등으로 이용된다면 더욱 그렇다. 국가의 영토 통제가 강화된 이후에도 경제적 이용이 집중되는 토지이용 방식이 계속되거나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압력은 국가의 식량·바이오에너지 프로그램 확대, 다운스트림 산업화를 뒷받침하기 위한 니켈 등 광물 채굴 증가, 국가전략사업 개발에 대한 수요가 커지면서 더욱 심각해질 가능성이 있다. 이처럼 서로 경쟁하는 토지 수요가 맞물리면 토지를 둘러싼 경쟁은 한층 심화되고 산림 파괴와 생태계 훼손도 계속될 수 있다.

사진 3. 중부칼리만탄 팔랑카라야의 토지화재 현장. 화재 당시와 화재 이후의 모습을 보여준다. (출처: Rohwilis and Chandra, 2026)
전 세계적인 환경·기후위기 속에서 산림·토지화재에 대응하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화재 진압과 법 집행을 넘어 생태적 기능의 복원과 보호로 나아가야 한다. 이는 PKH처럼 토지 거버넌스에 대한 국가의 권한과 역량을 강화하는 정책이 재조림과 생태계 복원, 수문환경 복원, 생물다양성 보호, 이탄지 보호와 같은 조치로 이어져야 한다는 의미다. 이러한 접근을 통해 기후 회복력을 높이고 반복되는 화재의 위험을 줄이는 동시에, 이들 지역이 지닌 공공적 가치를 지켜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