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풍력발전의 공공성을 흔드는 섣부른 진단은 위험하다

기후자원정의센터 아크 김정도 사무국장

지난주 금요일, 제주도의회, 정례회 도정질문에서 뜻밖의 발언이 나왔다. 유찰된 추자해상풍력발전사업 공모의 후속 대책을 묻는 과정에서였다. 해당 질의는 공모 유찰 원인을 어떻게 분석하고 있으며, 향후 제도를 어떻게 개선할지 묻는 내용이었다. 답변에 나선 위성곤 도지사는 유찰의 가장 큰 원인으로 도민 이익 공유 방식과 전력 계통 접속 문제를 꼽았다. 연간 1,300억 원 이상을 요구한 도민 이익 공유 조건과 제주 본섬으로의 계통 연계 설계가 발목을 잡았다는 것으로, 이 두 가지 조건을 손보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당시 사업의 문제점을 정면으로 지적해 온 시민사회의 진단과는 완전히 엇갈리는 분석이다. 도지사의 진단이 설득력을 얻으려면 최소한 유일한 입찰 참여사였던 한국중부발전이 실제로 어떤 판단을 했는지 확인되어야 한다. 중부발전은 1,300억 원 이상의 이익 공유와 제주 본섬 계통 연결이라는 공모 조건에 동의하며 1단계 공모에 참여했다. 그런데 2단계 평가 서류 제출 단계에 이르러 돌연 참여를 포기했다.

1단계와 2단계 사이에 공모 조건은 단 하나도 바뀌지 않았다. 게다가 2025년 11월, 중부발전 내부에서 추자도 해상풍력 사업의 경제성을 검토하는 회의가 열렸고 그 결과가 도출된 사실도 확인되었다. 언론과 시민사회가 백방으로 정보공개를 청구했지만, 해당 결과는 철저히 비공개에 부쳐졌다. 이 때문에 경제성 외의 다른 외부적 요인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문이 일었으나, 시간의 흐름 속에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그런데 위성곤 도지사는 유찰의 원인을 공모 내용 자체의 무리함으로 단정 짓고 있다. 흥미롭게도 이와 똑같은 논리로 문제를 제기하던 곳이 있다. 바로 추자해상풍력발전 개발 논란의 중심에 섰던 에퀴노르다. 공모 조건에 반발하며 아예 불참한 에퀴노르의 결정에 대해, 당시 시민사회는 제주 해상풍력 이익의 역외 유출을 막고 공풍화 정책의 후퇴를 저지한 다행스러운 결과라고 평가했다. 그만큼 에퀴노르 주도로 추진되어 온 사업 자체에 이미 막대한 갈등과 문제가 축적되어 있었다.

중부발전이 왜 사업을 포기했는지 명확한 내부 사정이 공개되지 않은 상황에서, 도지사가 나서서 갈등을 유발했던 민간사업자와 같은 결의 진단을 내놓는 것은 참으로 당혹스럽다. 오랫동안 이 문제를 추적하고 항의해 온 시민사회로서는 도저히 받아들이기 힘든 발언이다. 특히 공공주도 풍력 개발이라는 대원칙 측면에서 이 발언이 갖는 함의는 매우 우려스럽다.

제주의 바람은 도민의 공공자원이며, 이를 공공적으로 관리해야 할 의무는 제주특별법에 명시되어 있다. 풍력자원 공유화 기금은 바로 이 특별법의 취지에 따라, 자연환경을 이용해 발생한 수익을 도민 사회 전체가 향유하기 위해 조성된 것이다. 조례에 명시된 기금의 핵심 목적은 풍력 개발 이익을 재생에너지 보급 촉진, 지역 에너지 자립, 그리고 도민의 에너지 복지 증진에 사용하는 것이다.

물론 기금 운용에 개선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민간 발전사와 공기업들의 소극적인 기부금 납부, 에너지 복지 분야로의 저조한 집행률, 일반회계로 감당할 사업을 기금으로 돌려막는 관행 등은 꾸준히 지적됐다. 주택 개량 등 에너지 효율화 사업이나 에너지 빈곤층 실태조사 등에 기금을 적극적으로 투입해야 한다는 합리적 대안도 제시된 바 있다.

이러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할지언정, 도지사가 나서서 기금 자체를 무력화하려는 논리를 펴는 것은 문제다. 위성곤 도지사는 기금 대신 도민 공모를 통한 사업 직접 투자를 제안하고 있다. 하지만 직접 투자로 배당금을 받는 것을 어떻게 공유자원 활용에 따른 이익의 사회적 환원이라고 볼 수 있는가?

투자를 통한 수익 배분은 자본을 댄 특정 개인이나 지역에만 돌아가는 혜택일 뿐이다. 제주의 바람은 특정 마을의 전유물이 아니라 도민 전체의 자원이다. 자연 자원에 특허권 성격의 사업권을 부여하고, 그 수익의 일부를 도민 사회 전체에 고루 환원하는 것이 이 제도의 뼈대다. 이 뼈대를 흔들어 풍력자원의 공공적 관리라는 대전제를 무력화하는 발언은 제주 풍력자원 공유화의 역사적 맥락에 대한 이해 부족이 빚어낸 촌극으로밖에 설명할 길이 없다.

지금 도정에 필요한 것은 공유화 기금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 아니라 잘 작동하게 하는 것이다. 추자해상풍력발전사업이 시작부터 왜 극심한 논란에 휩싸였는지, 변경된 공공주도 풍력개발 계획에 왜 시민사회가 강력히 비판하며 폐기를 요구했는지 그 본질부터 성찰해야 한다. 과거 공공주도 풍력개발 2.0 계획 토론회에서 왜 파행 사태가 일어나고 시민사회가 강하게 반발했겠는가? 수박 겉핥기식 진단으로 계획을 무리하게 변경하려 든다면 또다시 거친 풍랑을 마주하는 전철을 밟게 될 것이다.

해상풍력이 진정한 성공을 거두기 위한 필요조건은 공공성과 공익성이다. 이를 잃고 자본의 논리, 개발의 논리에만 휘둘린다면 그 길은 가시밭길일 수밖에 없다. 유엔환경계획(UNEP)조차 1.5도 목표 달성이 위태로우며 극한의 노력을 다해야만 1.8도 선을 지킬 수 있다고 경고하는 시대다. 우리는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재생에너지 보급이 늦춰지는 것을 절대 바라지 않는다.

다만 공공성에 기초하지 않은 사업은 필연적으로 사회적 갈등을 낳고, 결과적으로 에너지 전환의 속도마저 지연시킨다는 뼈아픈 경험을 이미 했기 때문에 이를 우려할 뿐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이 경험을 깊이 새기고 정의로운 재생에너지 전환을 담대하게 이끌어갈 도정의 책임 있는 리더십이다. 부디 섣부른 판단이 아닌 깊은 숙의로 제주도가 제대로 된 공풍화의 길로 나아가길 기대한다.

이 글은 2026년 9월 8일 제주의소리에 기고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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