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자원정의센터 아크 김정도 사무국장
지난 2월 9일, 제주도의회 농수축경제위원회가 격론 끝에 ‘탐라해상풍력 지구지정 변경 동의안’을 부대의견을 달아 원안 가결했다. 심사 과정에서 일부 위원들이 반대 의견 명기를 요구하는 등 내부 진통이 상당했음에도 안건이 통과된 것은, 이번 확장 문제가 얼마나 첨예한 사안인지를 방증한다.
이번 사태의 본질은 신규 사업 수준의 대규모 개발행위를 단순 확장 변경이라는 이름으로 추진할 수 있는가에 있다. 현행 조례는 10% 이상의 사업 변경 시 신규지구 지정에 준하는 절차를 밟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제주도는 사업자 선정 이후의 지구지정 절차만 따르면 된다는 주장만 반복하고 있다.
이는 제주도가 스스로 내세운 ‘공공주도 풍력개발 2.0 계획’의 취지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것이다. 해당 계획에 따르면 제주에너지공사가 입지를 발굴하고, 공모를 통해 도민 이익을 극대화할 사업자를 선정한 이후 지구지정을 추진하도록 했다. 만약 제주도의 주장대로 하려면, 관련 계획이나 고시에 ‘10% 이상 확장 시 공모 절차 등을 생략하고 기존 사업자의 권한을 인정한다’는 예외 조항이라도 있어야 한다. 하지만 그런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사실상 제도의 허점을 이용한 편법 확장이다.
이 선례를 방치한다면 향후 제2, 제3의 무분별한 사업 확장을 막을 길이 없다. 100MW 이하로 사업권을 따낸 뒤, 추후 400MW, 1GW로 몸집을 불리겠다고 나서면 이를 제어할 제도적 장치가 없기 때문이다. 이는 필연적으로 해상풍력 사업의 난립과 난개발, 그리고 돌이킬 수 없는 해양환경 파괴로 이어질 것이다. 과연 제주도가 제주의 바다를 보호하고 관리할 의지가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현재 탐라해상풍력은 기존 사업에 대한 기간 연장 문제조차 매듭짓지 못한 상태다. 기존 사업에 대한 기간연장 심사도 완료되지 않은 시점에서 무리하게 사업 확장을 허용하는 것은 합리적인 행정이라 볼 수 없다. 우리는 과거 절차적 정당성이 없는 개발 사업이 도민사회를 얼마나 큰 갈등과 혼란으로 몰아넣었는지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이번 확장 문제는 ‘도민 이익 극대화’와 ‘공공성 확보’라는 대원칙 아래 투명하게 다뤄졌어야 했다. 그러나 그러한 노력은 실종되었다. 따라서 지금이라도 더 깊은 숙의와 공론화 과정을 밟아야 한다. 이번 결정이 나쁜 선례가 되어 재생에너지로의 정의로운 전환을 훼손하고, 도민의 이익을 침해하며, 제주의 바다를 망가뜨리는 일만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
아직 늦지 않았다. 제주도의회는 해당 안건의 본회의 상정을 즉각 보류하고, 도민 공론화를 통해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 무리하고 섣부른 결정으로 제주 풍력개발사에 씻을 수 없는 오점을 남기지 말고, 지금 당장 숙의의 장을 열어야 한다. 제주도의회의 역사적 결단을 기대한다.
이 글은 2026년 2월 10일 제주의소리에 기고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