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8월 20일, 기후자원정의센터 아크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전략적 대화: 인도네시아의 숲에서 아시아의 산업으로>라는 제목으로 NGO 워크샵을 개최하였습니다. 워크샵에는 니켈 산업에서 발생하고 있는 사회환경영향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고 있는 6개의 단체에서 참가하여, 인도네시아 니켈 관련 정책에 대한 비판적인 관점을 제시하였습니다. 또한 아크에서 진행 중인 니켈 공급망과 한국과의 연결 지점 등을 소개하고, 향후 인도네시아 안팎의 이해관계자, 특히 한국기업의 책임 및 역할을 묻기 위해 필요한 협력 방안에 대한 논의도 이루어졌습니다.

인도네시아 정부의 니켈 ‘하류 산업(downstreaming)’ 관련 정책은 1998년 이후의 레포르마시(Reformasi, 개혁) 시대 이후의 광물 정책과 밀접하게 연관이 있습니다. 2000년대 지방분권 이후에는 광업허가 권한이 상당부분 지방정부로 이양되며 KP(Kuasa Pertambangan, 광업권/광업허가) 발급건수가 급증하였습니다. 하지만 2009년 미네르바법(Law No. 4/2009, Minerba Law)이 제정되며 기존 계약/승인 방식이 IUP(Izin Usaha Pertambangan, 광업사업허가) 취득 방식으로 변경이 되었습니다. 미네르바법은 광물자원의 국내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해 광업기업에 국내에서의 가공·제련 및 부가가치 창출을 요구하는 법적 기반을 마련하였습니다. 이후 정부는 관련 규정을 통해 원광 수출을 단계적으로 제한·금지하고 국내 하류산업(downstream industry)의 육성을 추진하였습니다.
EU는 인니 정부의 이러한 조치가 WTO의 수출 제한 금지 조항 위반이라며 2019년, WTO에 분쟁협의를 요청하였고, 2022년, WTO 패널은 EU의 주장을 받아들여 인도네시아의 조치가 WTO 규정에 위반된다고 판단하였으나, 인도네시아는 이에 항소하였습니다. 그 사이 중국 자본은 적극적으로 인도네시아 니켈 제련 산업에 진출하였으며, 2024년 기준, 중국계 기업이 인도네시아 니켈 제련능력의 약 75%를 통제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동시에 인도네시아에서 생산된 니켈 제품의 상당 부분이 중국으로 수출되고 있어, 인도네시아 니켈 산업이 중국의 자본과 시장에 높은 의존성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2023년에는 인도네시아에서 생산된 니켈의 89%가, 2025년도에는 94%가 중국으로 수출이 되었습니다.
한편, 인도네시아 정부는 2024년 말 이후 글로벌 공급과잉으로 니켈 가격이 하락하자, 광산별 생산계획(RKAB)을 통해 니켈 생산량을 감축·관리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어 2026년에는 주요 천연자원의 수출을 국가가 지정한 국영기업을 통해 집중시키는 수출관리 정책을 발표했습니다. 이러한 일련의 정책은 인도네시아가 천연자원의 생산과 수출에 대한 국가의 통제력을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해외에서는 이를 자원민족주의 또는 자원의 전략적 활용·무기화라는 평가가 이루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인도네시아 시민사회에서는 이러한 정책이 인도네시아에 실질적으로 이익을 가져다주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정부가 원광을 통해 부가가치를 창출하기 원한다면 수요에 기반한 생산과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산업을 양성을 해야 하는데, 부가가치를 창출할 ‘하류산업’이 양성되지 못하고 있으며, 적절한 생산량에 대한 고려 없이 공급만 늘리고 있다는 것입니다. 무엇보다 정부의 정책이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점이 강조되었습니다. 니켈 생산 확대에 따른 환경·사회적 비용은 자원개발의 영향을 받고 있는 지역 공동체가 부담하고 있으나, 산업화의 경제적 이익은 기업에 집중되는 상황에서 자원민족주의라는 평가의 틀이 유효한 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었습니다.
니켈 광산 및 제련소가 위치한 지역에서는 급속한 니켈 채굴 및 제련소의 증가로 인해 주민들이 산림파괴, 대기오염, 해양오염, 토지분쟁, 주민의 생계수단 박탈 등으로 고통받고 있으나, 이들에게는 아무런 ‘이익’이 돌아가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지역 공동체에 대한 공정한 이익 배분(fair benefit sharing) 논의가 절실하다는 점이 강조되었습니다. 한편, 니켈 산업의 영향을 받고 있는 이들 중 특히 자발적 고립 상태에 있는 토착민(Indigenous Peoples in voluntary isolation)이 있는데, 이들의 경우 기존의 자유로운 사전인지동의(Free, Prior and Informed Consent, FPIC) 조차도 적절한 조치가 아니기 때문에, 이들의 영토에 대해서는 전면적으로 산업활동을 금지하는 제한구역(No-go zone) 도입이 필요하다는 제안도 이루어졌습니다.
이번 워크샵은 아크와 인도네시아 시민사회가 니켈 공급망을 둘러싼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니켈 산업의 이익과 비용이 누구에게 돌아가고 있는지를 함께 질문하는 자리였습니다. 특히 니켈 공급망이 인도네시아에만 머물지 않고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각국의 기업과 연결되어 있는 만큼, 자원 개발의 사회·환경적 영향을 줄이고 지역 공동체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국경을 넘어선 협력이 필요하다는 데에 의견을 모았습니다. 아크는 앞으로도 인도네시아 시민사회와의 협력을 바탕으로 한국 기업의 니켈 공급망에서 발생하는 인권·환경 문제에 대응하고, 지역 공동체의 권리와 이익이 보장되는 보다 공정한 자원 공급망을 만들어가기 위한 활동을 이어가겠습니다.
